차와 음악을 재해석한 심상 이미지의 표현



오세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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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e to Music 1009(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180×227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0

 

차와 이미지를 재해석한 심상 이미지 표현

 

 

Baik Soon Shil 백순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서울, 뉴욕, 파리 등에서 41회 개인전을 가졌으며, 광주비엔날레, 국제판화비엔날레, 현대한국회화전, 한국현대미술50년 조망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30년 가까이 계속해온 ‘동다송(東茶頌)’ 연작을 통해 차를 노래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또한 우리 고유의 소리를 형상화한 ‘한국의 소리’ 연작을 시작으로 세계 유명 작곡가들의 ‘음악’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계속해오며 소리와 하나가 되는 그림연작을 창작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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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e to Music 1401(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e단조 op.64) 150×27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4

 

백순실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보면 초기 작품에서는 수묵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지만 대개 색채만으로 표현 되어 있는 채색화를 볼 수 있다. 나아가 판화를 많이 찍어 판화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효과의 표현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입체적인 설치 작품도 볼 수있다. 작품의 내용과 양식에 있어서도 주로 추상화로 표현하였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색면에 의한 화면 처리 뿐 아니라 모필의 효과가 나타나는 갈필, 파필의 표현이 있으며 때로는 파묵, 발묵의 표현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점, 선, 면을 바탕으로 하여 기하학적인 추상화를 나타내는가 하면 추상 표현주의와 같이 붓질의 활달한 표현을 나타내기도 한다. 표현 재료를 보면 먹, 분채, 아크릴 칼라, 오일바, 광물성 안료, ... 조개가루, 커피, 미디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소재에 있어서도 씨앗, 식물, 산수, 하늘, 나뭇잎, 기호, 풍경 .... 등의 소재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백순실의 작품세계는 하나의 표현방법에 머무르지 않고 모험적이면서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백순실 작품세계의 주제별 변화를 보면 크게 ‘동다송(東茶頌)’’ 연작과 음악을 그림의 소재로 삼은 ‘Ode to Music' 연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동다송 연작은 백순실이 초기부터 표현해왔던 주제이고 ‘Ode to Music' 은 동다송 이후 새로운 주제로 설정하여 표현해 가고 있는 작품세계이다.

 

백순실은 주로 ‘동다송이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차(茶)’를 노래하는 작가로 알려져 왔다. 그만큼 오랫동안 차를 주제로 하여 작품을 많이 제작하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다송’은 초의선사(草衣禪師)가 차에 관한 설이나 내용을 인용하여 쓴 글인데 차의 효험과 생산지에 따른 차의 이름 그리고 품질과 함께 차를 만드는 물, 차를 끓이고 마시는 법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특히 “차를 딸 때 그 묘를 다하고, 차를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참으로 좋은 물을 얻어서, 중정(中正)을 잃지 않게 차를 달여야 체(體)와 신(神)이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건(健)과 영(靈)이 서로 화합하면 다도(茶道)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차가 일반적인 시음의 재료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같이 법도와 격을 통하여 서로 소통하는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초의선사의 글인 ‘동다송’을 주제로 하여 오랫동안 작품을 제작하였다는 사실은 ‘차’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과 내용을 자신의 작품으로 재해석하였다는 말이 된다. 즉 ‘동다송’을 백순실이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차의 문화를 조형적으로 풀어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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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e to Music 1607(말러 교향곡 제2번 c단조 ‘부활’) 150×27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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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e to Music 1604(베토벤 교향곡 제8번 F장조 op.93) 150×27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6

 

그러한 가운데 백순실은 ‘차’를 표현하는데 있어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 한다기보다는 추상화를 통하여 심상풍경으로 나타내었다. 차에 대한 인식의 정서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동양적인 격식과 사유가 있고, 정신적인 도(道)의 순리와 문화가 있다. 그러므로 차를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도 추상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작품을 관찰해 보면 차에 관한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차의 잎, 씨앗, 차밭, 차의 색채를 반영하여 나타내기도 하고 차를 자연 생명의 힘으로 표현하는 등 차를 다양하게 해석하여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백순실의 차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의 조형적 표현은 관념과 체험이 융합되어 나타난다. 그는 차구를 다루며 시음하고 체험하여 즐길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차와 연관된 문화의 상상을 작품으로 구체화 한 것이다. 즉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수양하고 정화시키는 체험의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차에 대한 집중적인 해석의 표현은 점차 변화를 겪는다. 후에 작품 제작에 커피를 사용하며, 작가 자신도 커피를 마시고 다루면서 주제나 소재를 점차 넓혀간다.

 

백순실의 ‘동다송’에 대한 작품세계가 변화하면서 새롭게 주목한 작품세계는 ‘오드 투 뮤직 (Ode to Music)' 이다. 즉 ’음악‘으로 변화 하였는데 음악을 시각화 하여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클래식의 많은 음악을 조형적으로 해석하여 표현하였다. 미술가 가운데 음악을 조형적으로 해석하여 표현한 대표적인 작가는 칸딘스키와 클레이다. 칸딘스키는 많은 작품들에서 음악의 이미지를 나타내려고 하였으며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보고 음악을 들어면서 색을 보는 공감각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클레는 모차르트와 바흐 등의 음악을 좋아했으며 음악에서 창의성을 얻어 작품에 표현하곤 하였다. 이와 같이 음악을 조형적으로 표현하려면 먼저 음악에 대한 조예와 함께 이를 조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백순실은 음악에 대한 평소의 능력을 바탕으로 조형과의 관계를 융화시키고 이미지화 하여 작품에 표현하고 있다.

 

‘Ode to Music'은 음악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서 느낀 감동이나 영감 등을 재해석해서 표현한 작품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각기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며 미술의 표현도 서로 다른 해석으로 표현될 수 있다. 백순실의 작품에서도 음악의 표현이 하나의 고정된 양식의 표현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심상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음악이 주는 감동과 영감을 심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백순실의 작품세계는 차와 음악을 주제로 하여 표현한 ‘차와 음악을 재해석한 심상 이미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하나의 표현 방법에 머무르지 않는다. 차를 주제로 하건, 음악을 주제로 하건 머리 속에 새로운 상상력이 떠오르면 그 상상력을 화면에 표현하고 상상력이 떠오르지 않을 땐 차를 마시며 명상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작품을 제작한다.